애정을 갖고 키워온 식물, 제법 덩치가 커졌다싶어 분갈이를 해주려 흙을 사려니 피트모스니, 마사토니, 난석이니 이름도 어렵고 종류도 많아 뭘 골라야 할 지 골치 아팠던 적이 있으실텐데요. 오늘은 그런 초보 식집사님들을 위해 분갈이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흙의 종류와 용도를 설명해보겠습니다.
* 원예용 흙을 구매하지 않고 산이나 화단 등에서 퍼다가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야외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흙에는 해충의 알이나 유충, 오염물질이 섞여있을 우려가 커 식물과 인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분갈이를 할 때는 최소 2종류 이상의 흙(물빠짐이 좋은 흙 + 물지님이 좋은 흙)을 섞어 사용해야 합니다.
꽃집에서 구매한 분갈이용 흙 하나로만 화분을 가득 채운다면 식물이 곧 시름시름 앓게 될 가능성이 커요. 실내식물은 채광과 통풍이 부족해 과습이 오기 쉽기 때문에 분갈이용 흙에 배수에 좋은 다른 재료들을 섞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보 식집사님들은 어떤 흙이 물빠짐이 좋고 어떤 흙이 물지님이 좋은지만 아셔도 식물 킬러가 되는건 피할 수 있습니다.

물지님이 좋은 흙
배양토
분갈이용 흙이라고도 하며, 다이소나 꽃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물지님(보습), 물빠짐(배수), 뿌리호흡(통기성)을 고려하여 이 포스팅에서 언급되는 여러 재료를 인위적으로 배합해 만든 흙입니다. 보통 분갈이 시 화분의 60% 가량을 채우는 베이스가 되는 흙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화분을 뒤집어 엎으며 식집사의 길을 걸으려 하신다면 배양토는 기본템으로 한 봉지 구비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토
배양토가 어느정도 자란 식물을 키우는 흙이라면 상토는 어린 식물을 키우는 용도로 나온 흙입니다. 상토에는 1호와 2호가 있는데 수도용(논에서 키우는 작물용) 상토라고도 하는 1호는 논에 심기 전의 어린 모를 발아시키는 보습력이 좋은 흙이고, 원예용 상토인 2호는 배수성을 좋게 하는 재료인 펄라이트와 코코피트(코코넛 섬유)가 1호보다 두 배 가량 많이 첨가해 물이 좀 더 잘 빠지게 만든 흙입니다.
보통 상토 2호와 배양토를 거의 같은 것으로 보고 사용하는데 배양토는 상토에 좀 더 영양분을 첨가해 뿌리가 튼튼한 어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한 것이니 만약 식물 뿌리가 약하거나 삽목/발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식물이라면 상토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질석
질석은 수분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 보습에 도움이 되는 재료입니다. 흑운모라는 물질을 고온에서 가공해 만들어 무균상태이면서 수분을 균일하게 보유하기 때문에 삽목이나 발아용으로 단독 사용하기도 하고, 물을 좋아하는 식물의 경우 분갈이시 보습력을 높이기 위해 섞어 사용합니다.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영양분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배양토와 상토에 기본적으로 섞여 있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라 그 양이 많지는 않아 추가로 배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이 질석이라 큰 돌인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굵은 모래알정도 굵기의 배합용 재료입니다.
퇴비
짚, 잡초, 낙엽, 동물의 배설물 등을 무더기로 쌓아 발효시켜 만든 비료입니다. 플랜테리어로 관엽식물을 기르시는 식집사님들이 접하실 일은 아마 거의 없겠지만 지렁이분변토 정도는 원예용 식물 영양공급용으로 사용하게 되실 수도 있겠네요.
허브나 채소류는 퇴비를 사용해주시는게 좋습니다. 퇴비를 사용하면 물빠짐이 안좋아질 수 있고, 영양분이 과도하게 높은 흙이 식물의 뿌리 호흡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물빠짐이 좋은 흙
마사토
마사토는 굵은 모래의 한자어입니다. 배수재와 마감재로 널리 사용되며 그만큼 구하기도 쉽습니다. 마사토는 구매 후 꼭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꼼꼼히 세척하여 사용하셔야 합니다. 세척하지 않은 마사토에는 가는 모래와 뻘들이 잔뜩 붙어있는데 씻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가는 입자들이 화분 물구멍과 식물 뿌리에 엉겨붙어 오히려 배수를 방해합니다.
마사토는 본 포스팅에서 다루는 물빠짐이 좋은 재료 중 가장 무겁기 때문에 큰 화분에 마사토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식물 물주기가 중노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화분이라도 행잉이거나 벽선반에 올려둘 식물이라면 무게가 많이 나갈 경우 추락의 우려가 있으니 마사토 대신 아래에 설명드릴 가벼운 배수재를 사용해 주세요.
난석
난석은 난을 키울 때 많이 사용하는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돌입니다. 마사토와 마찬가지로 배수층을 만들거나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흙에 섞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지만 쓰면 쓸수록 점점 화분이 무거워지는 마사토와 반대로 난석은 쓰면 쓸수록 화분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흙보다 큰 입자 틈으로 수분을 빠르게 흘려보내기만 하는 마사토와 달리 난석은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과습에 취약한 식물에 적합합니다. 다만 울퉁불퉁하고 색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화분 마감재로는 개인적으로 마사토가 더 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펄라이트
펄라이트는 작은 돌 부스러기(진주암)를 구워 뻥튀기처럼 부피를 부풀린 재료인데 가볍고 통기성이 좋습니다. 입자가 작고 아주 가벼워 거의 배양토나 상토에 섞어 배수를 좋게 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과습에 시달리는 식집사라면 한 봉지쯤 가지고 계시는게 좋습니다.
고온에 암석을 굽는 제조공정상 무균 상태이기 때문에 삽목 번식을 하거나 뿌리가 과도하게 약해진 식물을 물꽂이 하며 요양할 때 함께 물에 넣는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단, 화분 마감재로 사용하시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게가 너무 가벼워 마감재 올린 보람 없게 아래 흙과 뒤섞여 난장판이 됩니다.
하이드로볼
점토에 물을 섞어 구운 지름 0.5~1cm 가량의 황토색 구슬같은 재료입니다. 입자가 커 물 흐름을 좋게 하면서도 미세한 구멍 속에 수분과 공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어 보습과 통기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표면이 까끌까끌해 식물 뿌리가 달라붙기에도 좋습니다. 물꽂이나 수경재배시에 뿌리 생착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바크
나무껍질을 잘게 부숴 만든 재료입니다. 하이드로볼과 마찬가지로 바크 역시 입자가 굵어 배수를 빠르게 해주고, 수분 보유력이 좋기 때문에 식물이 필요로 할 때 뿌리를 뻗어 수분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보다 많은 원예용 흙 재료들이 있지만 초보 식집사님들은 이 정도만 아셔도 차고 넘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자면,
물지님이 좋은 재료 | 물빠짐이 좋은 재료 | ||
배양토 | 어른 식물을 위한 기본 흙 | 마사토 | 배수, 무거움 |
상토 | 어리거나 약한식물을 위한 기본 흙 | 난석 | 배수, 빠른 수분 증발, 가벼움 |
질석 | 수분 보유력이 좋은 굵은 모래 | 펄라이트 | 배수, 가벼움 |
퇴비 | 영양분을 공급, 물빠짐과 통기성에는 좋지 않음 | 하이드로볼 | 배수, 보습, 가벼움, 뿌리생착 |
바크 | 배수, 보습, 가벼움, 뿌리생착 |
위에서 언급한 모든 재료를 구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배양토나 상토 중 하나
마사토, 난석 중 하나(마사 - 무겁, 난석 - 가볍)
펄라이트
이렇게 세 가지만 가지고 계셔도 충분하고
만약 식테크를 하시거나 삽목 번식을 시도하실거라면 질석이나 하이드로볼도 있으면 좋습니다.
립살리스같이 물을 좋아하면서도 통풍이 중요한 식물을 키우실 때는 하이드로볼이나 바크를 구비해주세요
▶ 참고 포스팅
분갈이 후 바로 물을 줘야 할까? 주지 말아야 할까?, 초보 식집사를 위한 분갈이 가이드(+분갈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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